일주일간 렌트한 차도 있겠다.
운전도 조금 자신감이 생겼겠다.
오늘은 조금 멀리 떠나보기로 한다.
그런데 웬만큼 어중간한 거리에서는 딱히 가볼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고르고 골라 북쪽 Madrid를 지나 Des Moines에서 약 80km 떨어진 곳에 있는 Ledges State Park에 가기로 한다.
토리의 어렸을 적 기억으로는 멋진 공원이라고 한다.
중간에 Madrid 근처에 있는 High Trestle Trail Bridge에도 들렀다 올 계획을 세우니 대략 왕복 200km의 일정이 그려졌다.
(운전면허 취득 9년차에 총 운전거리 100km도 되지 않는 나로서는 엄청난 도전이다...)
일몰후의 운전이 훨씬 더 위험하고 어려울 수 있다는 며칠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가지기전에 돌아오기 위해 일찍 출발한다.
Des Moines Downtown을 벗어나면 가끔 보이는 민가와 농장, 그리고 동서남북 사방으로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속도로 말고 더 풍경이 멋진 구도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했다.
좀 더 old fashioned 하고 antique 한 풍경을 기대했으나..
많이들 다니는 고속도로로는 이정도 풍경이 전부인것 같다.
(나무로 된 전봇대 정도면 서울사람에게는 충분히 antique한 풍경일지도..)
달리고 달려..
구글맵에 Ledges State Park라고 표시된 곳에 도착했지만 딱히 주립공원의 입구같아 보이는 장소가 없다.
한참 헤매다가 관리사무실같이 보이는 쪽으로 갔더니 주립공원 관리원(?) 쯤으로 보이는 백인 남자가 차를 끌고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니?"라고 묻는다.
Ledges Park에 가려고 왔다고 하니 겨울이라 폐쇄되었다고.....
Drive Through Course는 있으니 그쪽으로는 갈 수 있다고 한다......신난다......
그래서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달리다가 Madrid의 High Trestle Trail Bridge로 가기로 한다.
여기서도 구글지도에 정확한 위치가 나타나지 않아 한참을 헤맨다.
다리는 발견했지만 그 다리로 접근할 수 있는 도로를 찾지 못해서 한참을 더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고..
결국 어느 농장 입구같아보이는 길로 들어가니 구석에 High Trestle Trail Bridge로 갈 수 있는 산책로가 보인다.
한참을 걸어가니 위에 정방형의 구조물들이 달려있는 다리가 나타난다.
구조물들에 조명이 켜진 야경사진을 보고 실제로 보고 싶어 찾아온 곳인데
생각해보니 해가 질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다간 호텔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
매일 조명을 작동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으며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운전을 하기가 싫어서 결국 야경은 보지 못하고 돌아온다.
(춥기도 너무 추웠다..)
다리위에서 본 풍경.
다리위에서 발견한 독수리.
다리 건너편에서 본 풍경.
Iowa의 명소를 검색해보니 나온 곳이라 가보았지만
가끔 보이는 산책하는 사람들, 자전거타는 사람들 말고는 사람도 많지 않고
겨울이 아니라면 선선하니 걷기에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차가 있어야 갈 수 있으니..
산책하러 여기까지 차를 끌고 가기엔 좀..
운전해서 되돌아오는 길은 지루하고 피곤했다.
빨리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데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차들도 적당히 많았고.
호텔로 돌아와 쉬며 시간을 보내다가
Downtown에 있는 Fong's Pizza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다.
토리 말로는 유명한 피자집이라고.
Des Moinesian Pizza였나..
이름은 잘 기억안나지만 피자는 맛있었다.
다만 주문할 때 신용카드를 맡기고 주문해야된다고?
토리도 당황했었다.
칵테일은..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종업원은 친절했다.
미국과 한국의 다른 점들 중 하나인 팁 문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조금은 귀찮기도 하지만 종업원들의 더 나은 서비스에 일조하는 괜찮은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한다.
강요하지 않는 개인의 자유에 기반을 두며
(사실 팁을 내지 않고 나와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전에 봤던 미드에서는 팁 안주고 나가니 종업원이 따라나가서 대판 싸우더라.)
이를 통해 다른 개입없이 수요와 공급, 서비스 시장이 적절히 기능하도록 하는
다분히 미국스러운 신자유주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팁 문화는 유럽에도 있다고 하지만 조금씩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보편적인 관례 상 10%~20%의 팁을 낸다고 한다.
토리는 엄청난 짠순이라 팁을 많이 주는 것을 아까워했지만
나는 잠시 머물다가는 여행객이어서 현실감각이 사라졌던건지
대충 20%정도씩 줬던 것 같다.
밥을 먹고 Downtown을 걸어다녔다.
미국, 그리고 시골이라 좋은 점은 해가 지면 밖에 사람 보기가 힘들다는 점인 것 같다.
반대로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에 오만 생각이 다 든다.
'저 사람은 뭐하길래 밤중에 돌아다니지? 의심스러운데' 이런식으로.
시간이 되면 스케이팅도 하려고 했으나
전에 토리랑 롯데월드에서 스케이팅하며 학을 뗐던 기억에 내가 계속 거절했다.
첫날 이후로 날씨도 풀려 눈도 녹고 스케이팅할 기회도 사라져버려 결국 스케이팅은 하지 못했다.
호텔로 돌아와 언 몸을 녹이며 푹 쉬었다.
-5일차 끝-